경남관광길잡이경남관광길잡이

의령에 왔는가. 그렇다면 음식 걱정은 덜었다. 허기져 든든한 메뉴가 당기면 쇠고기국밥을 간단히 한 끼 때우고프면 메밀국수를 선택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중 메밀소바(국수)는 의령에서만 맛볼 수 있는 개성 강한 메뉴이므로 꼭 한번 맛보길 권한다.
강원도에 ‘막국수’가 있다면 경남 의령에는 ‘의령소바’가 있다. ‘소바’는 우리말로 ‘메밀’ 또는 ‘메밀국수’라는 뜻인데, 왜 의령에서는 우리말을 쓰지 않고 굳이 일본어 ‘소바’를 사용했을까. 이는 의령소바가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만들어진 음식이라서 그렇다. 어떤 식당은 일본에서 소바장사를 하다가 해방 후 귀국해 제면기를 들여와 시작했고, 어떤 식당은 일본을 다녀온 사람에게 배워서 시작했고, 어떤 식당은 일본 사람들이 많아 냉면집에서 소바식당으로 바꿨기 때문이다.

멸치육수의 온소바, 동치미 과육 국물의 냉소바
의령소바는 이름은 소바지만 일본식 소바와는 완전히 다르다. 그렇다면 의령 메밀소바만의 진가는 어디에 있나. 일본식 소바는 돼지뼈 육수와 가다랑어포로 국물을 내고 삶은 면을 대나무 채반에 담아 쯔유(가다랑어로 맛을 낸 일본식 간장)에 찍어 먹는 반면, 의령소바는 냉면과 비슷하다. 육수를 부은 메밀면에 오이채·김치·달걀지단·배 등 고명과 삶은 달걀이 올라간다. 육수는 온면과 냉면에 차이가 있다. 온면은 멸치와 양파·대파 등 각종 채소를 넣어 끓이고, 냉면은 사골 국물에 동치미와 각종 과육을 넣어 만든다.
결정적으로 쇠고기 장조림 고명이 올라간다는 것이 의령 소바만의 특이점이다. 양념한 간장에 5시간 이상 조려 만든 장조림을 찢어 고명으로 쓰고 또 장조림 국물을 육수에 넣기도 한다.

의령 메밀국수집, 웬만하면 다 맛있다!
의령에 가면 유명한 소바집이 몇 군데 있다. 식당 내부 규모도 제법 큰 프랜차이즈화된 식당, 가게가 작고 소박하지만 유명 맛집 소개 프로그램에 등장하여 은근한 유명세를 떨친 집 등이다. 선택은 여행자에게 맡긴다. 어느 식당에 가도 의령 메밀소바만의 개성은 동일하다.
제법 도톰한 메밀 면발과 슴슴한 듯 맛깔스러운 양념장. 그리고 시골 인심이 느껴지는 푸짐한 양과 할머니가 손으로 죽죽 찢어 올린 듯한 달큰한 쇠고기 장조림 고명… 후루룩 들이키는 국수 한 끼가 우리의 식사 시간을 얼마나 가뿐하고 활기 있게 만드는가. 지역을 대표할 만한 국수가 있다는 건 지역민에게도 외지인에게도 즐거운 일이다. 의령 소바는 시원한 국물이 숙취 해소에도 좋고 특히 냉소바는 여름 별미로 꼽힌다.

신선이 남겨높은 음식, 신선이 먹는 음식이라 하여 ‘선유량’이라고도 불린 망개떡. 의령 망개떡은 아직도 어떠한 보존료나 첨가물을 사용하지 않고 전통 방식 그대로 만들어내고 있다.

수줍은 모양의 망개잎을 들추면 나오는 망개떡
경상남도에서는 청미래덩굴을 망개나무라 부른다. 그 잎으로 싼 떡이라 하여 망개떡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청미래덩굴에서 따낸 잎으로 감쌌다. 의령의 특산물 망개떡. 방부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망개잎으로 감싸 위생적인 망개떡은 선물용으로 인기가 높다. 방부제가 들어가지 않은 망개떡이 신선함을 유지할 수 있는 건 망개잎을 활용한 포장법 때문이다. 먹을 때는 잎을 벗겨내고 떡만 먹으면 된다.

팥과 멥쌀 + 망개나무잎, 의령산 특급 디저트 망개떡
떡에 골고루 베인 망개잎 향과 함께 음미하면 달콤하고 신선한 팥앙금과 쫄깃한 떡의 식감을 느낄 수 있다. 쫀득하고 보들보들하다. 팥소도 너무 달지 않을 정도로 과하지 않게 들어있다. 여기에 망개잎 특유의 향이 은은히 배어나는 게 매력이다.
다만 천연성을 고수하는 제조방식(팥에 다른 첨가물이 들어있지 않다)의 특성 탓에 하루가 지나면 맛이 완전히 변해버린다며, 방앗간 사장님은 '내일용 선물' 구매를 만류했다. 청정자연 자굴산의 좋은 공기와 물을 마시고 자란 망개잎에 지역에서 생산되는 팥과 멥쌀로 만든 망개떡, 의령엔 먹거리도 많지만 이렇게 ‘택배’로 부치기가 저어되는 신선한 떡도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택배를 권하는 떡집은 전통 방식 제조가 아닐 확률이 높다.)